폭스캐처 마크 러펄로 헐크의 새로운 모습

엄격 진지 리뷰

 

 

 

 

개봉일 - 2014117(영국) | 폭스캐처 2시간 14 | 18세이상 | 드라마 

 

"존 듀폰은 왜, 데이브 슐츠를 쐈을까." <폭스캐처>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이번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이번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폭스캐처의 클라이맥스, 반전, 결말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내용을 감출 수가 없네요.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고 내용을 미리 알게 된 다음에 영화를 감상하고 싶지 않다면 이 글을 피해 가셔야 합니다. 심심할 정도로 현실 그대로를 보여주는 이 영화를 내용까지 전부 알게 된 후에 감상한다면 눈동자가 감기는 재앙에서 벗어나실 수 없을 겁니다


 한밤에 전 자전거를 타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어두워진 거리에서 울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는 언제나 불안합니다전광등도 너무 눈부시네요. 아슬아슬, 균형을 유지하는 거리가 절 설레게 합니다. 목적지도, 때도 없이 자전거를 타는 것이 제 취미입니다. 음습한 취미죠. 주로 그 취미를 하게 되는 때가 직장인과 학생들은 잠들어 있을 시간대에 이루어지는 만큼 밝은 취미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번은 목적지를 두고 떠났습니다. 한동안 가지 못했던 영화관이 너무 그리웠습니다빅히어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쎄세봉... 무엇을 볼까 페달을 밟는 내내 행복한 고민을 했습니다. 언제나 목적지를 두지 않고 페달을 밟고 다녔던 터라 오늘은 정말 다르게 느껴집니다. 목적지가 없는 사이클리스트는 어두운 거리를 쌩쌩 달리다 집으로 돌아즘이면 피로에 녹초가 되는 법입니다. 이번엔 목적지가 있어서인지 페이스를 유지하며 넉넉히 갔다 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러니까 왠지 삶의 목적지는 도달할 곳을 위해 정하는 게 아니라 돌아올 때를 위해 정해두는 건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2월의 아직 차가운 밤공기경적 소리, 흔들리는 전광등을 지나 메가박스에 도착해서 고른 영화는 폭스캐처. 기분 전환을 하고 싶었던 터라 옛 기분을느끼게 해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유쾌한 빅히어로를 보고 싶었는데 시간대가 맞지 않았습니다. 어린 고객들을 노리는 가족영화라 그런지 낮 시간대에만 상영을 했습니다우연인지 운명인지 결국 폭스캐처 엔딩크래딧이 보고 있을 때에 제 기분은 심히 울적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건너온 다리 아래로 적적히 흐르던 강을 한동안 쳐다볼 정도였습니다. 이런 기분으론 리뷰를 적을 수 없었습니다. 마음이 흔들린 건 단 하나의 질문에서입니다

 

 


존 듀폰은 왜 데이브를 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공감할 수 없었던 존 듀폰의 어이없는 행동들은 전부 허식에 가득 차 불쾌했습니다. 조류학자 이기도 하다는 그의 코는 왠지 새의 부리처럼 길고 도드라졌고 언제나 그 끝은 위를 향해 있었습니다. 턱 또한 치켜세워진 상태로 상대를 내려다보는 듯한 눈동자, 속내를 알 수 없는 살짝 벌어진 체로 굳어진 입은 친근감과는 동떨어진 괴짜 재벌가라는 인상을 더욱 확고히 합니다생긴 대로 성격 또한 심하게 꼬여 있었습니다
폭스캐처에서 존 듀폰이 마크와 화해하고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다는 영화 같은 이야기는 결국 나오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제가 기대했던 결말이죠. 그런 감동의 드라마였다면 기분전환 제대로 한 체 신나게 페달을 밟으면 집으로 돌아왔을 겁니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을 지긋이 내려다보는 깊은 생각에 빠져들지 않았을 겁니다. 결국, 영화는 데이브 슐츠가 존 듀폰 총에 죽으면서 끝나죠. 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그럴까요? 지독하게 현실적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가 눈도 감지 못한 채로 차가운 눈 위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걸 도저히 받아드리기가 힘들었고 이해할 수도 없었습니다. 속내를 알 수 없긴 했지만 존 듀폰이 그를 총으로 쏴야 했을 이유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었으니까요엔딩크래딧이 올라올 때가 되어서는 이 영화 자체를 부정했습니다. 이런 영화를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닌데 라고까지 생각해버렸습니다. 이것이 현실이라는 듯, 재앙이 얼마나 사소한 부분에서 다가오고 이해하기 힘든 것인지 그런 면모를 그대로 비추고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꺼림칙했습니다. 마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비치기에 보고 싶지 않은 거울처럼 폭스캐처 또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왜 존 듀폰은 데이브 슐츠를 쐈던 것일까요. 가장 큰 단서는 존 듀폰이 데이브에게 했던 마지막 말 일 텐데 오히려 그 말은 더 큰 혼란을 낳습니다

 


"내가 우습게 보이나."

 


 누구도 존을 진실하게 대하지 않았습니다단 한 사람 데이브를 제외하곤 사람들은 존 듀폰이 가진 폭스캐처 가문과 돈만을 바라봤습니다. 데이브만이 유일하게 존에게 속마음과 목적을 털어놓으며 진실하게 행동했습니다. 존 듀폰이 일요일에 찾아왔을 때 그는 일요일이어서라고 말합니다. 일요일이니까 가족과 보내야 한다그런 식으로 존 듀폰을 돌려보냅니다. 이는 몇 차례 있었던 일로 데이브가 인간관계 가질 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가졌든 언제나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며 대하여 준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존에게 천박하다며 레슬링이 아니라 승마를 권하는 그의 어머니 말고 처음으로 NO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생긴 것입니다. 그 때문에 자신을 우습게 여겼다고 생각하고 쏜 것일까요. 제 생각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존 듀폰은 철저히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자란 인물입니다. 괴짜에 당연한 부분도 잠시 생각이 필요한 듯 뜸들여 어딘가 모자라는 사람 같이 보일 때도 있지만 멍청하거나 바보는 아니었습니다. 데이브가 얼마나 좋고 멋진 사람이었는지 존 듀폰 또한 알고 있었습니다. 데이브를 데려오고 싶어 마크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그렇기에 존이 왜 그런 말을 하며 데이브를 쐈는지는 더욱 미궁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데이브를 쏘기 전 마지막으로 존이 봤던 자신의 다큐멘터리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가 프로레슬러의 명코치로써 미국 프로레슬링의 커다란 업적을 세웠다는 건 다큐멘터리의 허구에서만 존재합니다짜진 각본에 다 같이 연기를 한 거죠. 존은 선수들에게 돈만을 지원해줄 뿐이었습니다. 그들의 멘토나 코치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런 가식적인 영상을 마지막으로 데이브를 죽이러 갑니다기가 막힌 반전입니다. 충격적인 결말입니다. 전 다만 다큐멘터리의 마지막이 마크 슐츠의 연설 부분에서 끝나 존이 마크에게사과하러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쓰인 연설문을 그대로 읽은것뿐이지만 마크가 자신이 드디어 아버지와 같은 존재를 찾아다며 존에 관해 이야기 하는 부분은 감동적이었으니까요. (존이 이 연설로 자신의 삶이 전부 거짓으로 점쳐져 있다는 걸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자신과 정반대의 삶을 사는 데이브를 부정하기 위해 그랬던 것일까요) 마크의 연설을 보고 그를 모욕하고 주고 때렸던 것을 사과하지 않을까 했습니다. 다큐멘터리가 끝난 후 운전사에게 차를 준비하라고 했을 때 전 잠시 설렜습니다. 드디어 감동의 드라마가 나오는 걸까. 영화를 보기 전 폭스캐처의 장르가 드라마스릴러인 것을 알았다면 그런 헛된 기대는 하지 않았을 텐데기대한 만큼 실망하고 좌절하게 되는 공식은 큰 상실감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2010년 감옥에서 생을 마감한 존 듀폰 자신도 이 이야기의 정확한 답을 알지 못할 겁니다. 그의 살인은 계획적인 면모보다 충동적인 면모가 크기 때문입니다. 그날 눈이 내리고 있었다면 데이브가 죽음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존이 데이브를 죽이려 가기 전 운전사에게 눈이 내리고 있는지 묻던 그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어쩌면 그날 눈이 내리고 있었다면 존은 진심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데이브와 친구가 되어 다른 결말에 도달하지 않았을까 그런 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오릅니다.

 


"그런가? 아직 눈이 내리는군."
"차를 준비할까요."
"아니, 눈이 온다면 다음에 가지." 

 

 


 이렇게 폭스캐처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아 이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이런 리뷰를 적고 있지 않겠죠. 결국,  듀폰의 행동에 의문점을 조금이라도 지워내기 위해선 그의 행동 단면적인 부분이 아니라 전체적인 관점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인디언의 구설수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그의 삶을 살아보지 않고는 그를 함부로 판단하지 마라. 존 듀폰이 데이브를 왜 쐈는지는 알 수 없어도 존 듀폰이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면 영화의 충격적인 결말에 공황에 빠지게 되지 않을 겁니다어릴 적 유일한 친구라고 믿었던 사람은 돈에 친구행세를 했던 것뿐이었고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자 의지가 되어줘야 할 어머니는 그를 어린아이 취급을 해버리며 자신이 집중하는 레슬링을 천박하게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주변의 거짓된 행동과 허식. 돈이 만들어낸 끔찍한 역경 속에서 존 듀폰, 그가 어떤 심경과 생각으로 살아왔는지 누구도 알 수 없을 겁니다. 그는 자신의 삶이 점점 비참하고 엉망이 되어가는 걸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을까요

 비록 데이브를 총으로 쏘고 감옥에서 삶을 마감하긴 했지만 전 존의 삶을 본 순간 이런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비록 대단한 가문과 재벌이지만 그의 삶은 안타깝고 비극적이다. 순간에 감정에 마크와의 관계가 삐뚤어졌을 때도 그는 마크와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지만 존 듀폰이라는 인간은 화해의 방법을 몰랐습니다. 존 듀폰은 언제나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었죠. 고개를 숙이거나 사과라는 것에 대해서조차 몰랐습니다. 마크가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유리창 너머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죠우연한 계기로 마크와 존 듀폰의 관계가 회복되는 영화 같은 이야기는 폭스캐처에 없었습니다엔딩크래딧이 올라오는 순간까지 비극적이고 현실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죠. 모든 걸 가졌음에도 살인을 저지른 그가 우둔하고 멍청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마지막으로 전 그는 바보도 멍청이도 아니었고 다만 서툴고 어리숙한 사람일 뿐이다. 거대한 가문과 재력 속에서 그가 사람으로서 배우고 느껴야 했던 인간관계는 만날 수 없었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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