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S | Gradient




낡아지는 기분




(글귀, 도태, 거짓말, 변화)



2017년 7월 05일 23:55





우는 아이. '아이는 왜 울까' - 정신을 놓게 만드는 울음소리

 

 

 

 엄마교에서 주워온 아이는 쉴 새 없이 운다. 무엇이 그리 서글픈지 어마무시하게 울어 재낀다. 의식 깊은 곳 원초적인 부분을 톡톡 건들은 울음소리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싶다. 아이는 왜 우는 것일까. 배고프거나 졸릴거나 심심하거나 기저귀를 촉촉하게 했거나 원인은 많아 보인다. 정신을 놓고 아이가 우는 걸 보고 있다 보면 무언가 느껴진다. 욕구, 그 속 이상으로 서글픔이 느껴진다. 그건 어디서 오는 서글픔일까. 곰곰 해보니 아이는 어디서 올까로 시작된다.


 아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아빠가 기분 내고 엄마가 품는 건 이미 수많은 실험과 결과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육체 이후의 것, 과학이 풀지 못한 정신에 대한 이야기다. 신을 믿으세요? 전도 선전물부터 꺼내고 시작해야 할 것 같은 소릴 멀쩡한 대낮에 중얼거리고 있는 걸까. 지금 난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해도 믿고 말고는, 받아드리고 말고는 각자의 몫이니까 서슴없이 글을 쓸 수 있는 건 좋은 일이다.


 영혼의 존재부터 불분명한 시점에서 아이는 어디서 올까 하는 주제는 이미 무지개 동산에서 텔레비전을 배에 달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거다. 좋게는 상상의 세계로 나쁘게는 개소리 또는 헛소리로 포장하고 '너는 내가 아니므로 너인'에게로 배달하러 간다. 아이가 모두 똑같은 곳에서 온다면 얌전한 아이, 떼쓰는 아이, 말 잘 듣는 아이로 구분할 수 없이 하나의 표현으로 쓰일 것이다. '아이'. 울지 않는 아이는 없다. 여기서 또 잘 우는 아이 잘 안 우는 아이로 짓던 구분법도 할 수 없게 된다. 아직 무언가 받아드리기 전의 신생아 상태에서도 아이는 저마다 다른 내면을 표현한다. 비슷한 아이는 있어도 똑같은 아이가 있을까. 그건 모두 다른 곳에서 오기 때문이 아닐까. '천사 같은 아이'는 천국에서 온 거고 '악마 같은 아이'는 지옥에서 온 걸까. 천국에 있던 영혼이 그리 천국 같지 않은 현세에 왔을 때 편안함과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많이 불편할 거다. 있던 세계와 다름을 넘어서 불쾌함까지 깃든 곳에서 목청이 떠나가라 울어 재끼지 않고 버틸 수 없다. 있던 곳과 너무도 다른 환경과 불쾌함에 서글픈 거다. 누구보다 울어대는 아이는 그런 곳에서 온 거다. 영혼의 의지대로 모든 게 이루어지는, 흐르는 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강이 있던 곳에서 왔다. 잘 울지 않는 아이는 어떨까. 얼마나 지옥 같은 곳에서 고생했으면 아기 때부터 편안함을 이룰까. 잘 울지 않는 아이가 이상하게 여겨지거나 왠지 불안하다고 느끼던 건 사실 밑바닥에 숨은 가여움일까. 표현조차 까다로운 감정에 무언 듯 느껴지는 서글픈 울음소리. 그 속에 무언가 보인다.

 정신놓고 쓰고 읽어보니, 제정신으로 이런 글을 쓸수 있을리가 없다. 카페에서 미칠 듯이 울어대던 아이 덕분이다. 이런 우라질레이션!! 복받아라.

 

 

 

 

 

 

우산, 비, 할아버지

 

 우산을 쓰지 않고 걷는 것에 의문이 들었다. 

 제법 많은 비가 내려 할아버지를 적셔도 우산과 옷가지를 품에 안고 신호등을 건너갔다.

할아버지가 무단횡단을 하는 건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차가 잘 다니지 않은 차도라 부끄럽지만 나도 그런 적이 많았다.


 주름 가득한 할아버지 얼굴은 자상함보다 고집 센 황소를 닮았고 걸음걸이도 굳센 게 다가가기 힘든 인상을 남겼다.

 이가 전부 빠지셨는지 아랫입술이 윗입술을 거의 덥다시피 했다.

 청색으로 된 잠바와 바지, 하얀 모자, 하얀 운동화.

패션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옷을 그대로 입은 듯한 할아버지는 비 오는 날 우산을 안고 걷고 있었다.


 

 그 할아버지를 이상한 눈으로 봤을 사람들은 할아버지 손에 들린 것을 잘보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양손에 들린 건 우산만이 아니라 옷가지도 있었다.

그 옷가지는 절대 떨어트려선 안되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아직 돌이 지나지 않은 아이를 위해 기꺼이 비를 맞을 결심을 했다.

 우산이 있음에도 양손으로 옷가지에 쌓인 아이를 품에 안고 비를 맞았다.



 


 



※이 이야기는 실제로 보았던 일을 가지고 썼습니다.

 

 

'검과 꽃이 피어나는 곳'

- 카틀리에 vs 아트라 -



공작가 딸로 대단한 검술을 익힌 '검은 장미 카틀리에'
빈민가 출신으로 검의 재능만으로 백작가에 양녀가 된 '순백 아트라'
국왕의 생일을 맞아 열린 파티장에서 느닷없이 부딪친 두 영애의 검날이 목을 조여온다.




순전히 공작가 카틀리에를 견제하기 위해 백작가의 양녀로 입양된 아트라는 백작가의 지시대로 카틀리에를 조롱했다.


 "어지러울 정도로 레이스가 많이 달린 옷을 보니 어떤 검을 쓸지 안 봐도 알겠군요."


 혼잣말에 가까웠지만, 분명히 카틀리에가 듣도록 아트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공작가에서 처음부터 카틀리에에게 검을 허락한 것은 아니었다. '여자는 여자의 의무가 있다'라는 편파적인 사고가 이 왕국에도 또렷이 박혀 있었다.

 검은 단순히 기본적인 교양을 위해 배우기 시작했지만 카틀리에는 검에 광적으로 집착했다. 공작가에 반대에도 끝까지 검을 놓지 않았던 카틀리에는 열정적이고 굳세며 어떤 싸움도 피하지 않았다. 그런 카틀리에가 아트라의 말을 그냥 넘길 리 없었다.

 파티장에 들어왔던 걸음세로 근위병에게 다가가 그 허리춤에 있던 칼을 뽑아든 카틀리에는 와인을 입에 갔다 댈 때 보다 자연스럽게 아트라에 목에 칼을 겨누웠다. 아트라도 어느새 칼을 쥐고 있었다. 근위병 이외 아무도 칼을 소지할 수 없는 이곳에서 저 칼이 어디서 났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국왕의 생일선물을 모아둔 곳에 칼이 꽂히지 않은 검집이 발견된 건 그 후다. 둘의 행동이 눈에 담기 힘들 만큼 빨랐고 자연스러웠기에 파티장의 귀족들은 그전과 같았다. 서로의 목을 겨눈 검에 핏방울이 맺히기 직전까지 왔지만, 파티장은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노래가 흘렸고 천천히 진행되었다. 단 한 순간의 움직임이었지만 아트라가 자신에게 가벼운 도발을 던질 실력은 된다는 걸 파악한 카틀리에는 목에 칼이 들어와 있음에도 자신도 모르게 잔혹한 미소가 피어났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