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비, 할아버지

 

 우산을 쓰지 않고 걷는 것에 의문이 들었다. 

 제법 많은 비가 내려 할아버지를 적셔도 우산과 옷가지를 품에 안고 신호등을 건너갔다.

할아버지가 무단횡단을 하는 건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차가 잘 다니지 않은 차도라 부끄럽지만 나도 그런 적이 많았다.


 주름 가득한 할아버지 얼굴은 자상함보다 고집 센 황소를 닮았고 걸음걸이도 굳센 게 다가가기 힘든 인상을 남겼다.

 이가 전부 빠지셨는지 아랫입술이 윗입술을 거의 덥다시피 했다.

 청색으로 된 잠바와 바지, 하얀 모자, 하얀 운동화.

패션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옷을 그대로 입은 듯한 할아버지는 비 오는 날 우산을 안고 걷고 있었다.


 

 그 할아버지를 이상한 눈으로 봤을 사람들은 할아버지 손에 들린 것을 잘보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양손에 들린 건 우산만이 아니라 옷가지도 있었다.

그 옷가지는 절대 떨어트려선 안되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아직 돌이 지나지 않은 아이를 위해 기꺼이 비를 맞을 결심을 했다.

 우산이 있음에도 양손으로 옷가지에 쌓인 아이를 품에 안고 비를 맞았다.



 


 



※이 이야기는 실제로 보았던 일을 가지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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