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과 꽃이 피어나는 곳'

- 카틀리에 vs 아트라 -



공작가 딸로 대단한 검술을 익힌 '검은 장미 카틀리에'
빈민가 출신으로 검의 재능만으로 백작가에 양녀가 된 '순백 아트라'
국왕의 생일을 맞아 열린 파티장에서 느닷없이 부딪친 두 영애의 검날이 목을 조여온다.




순전히 공작가 카틀리에를 견제하기 위해 백작가의 양녀로 입양된 아트라는 백작가의 지시대로 카틀리에를 조롱했다.


 "어지러울 정도로 레이스가 많이 달린 옷을 보니 어떤 검을 쓸지 안 봐도 알겠군요."


 혼잣말에 가까웠지만, 분명히 카틀리에가 듣도록 아트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공작가에서 처음부터 카틀리에에게 검을 허락한 것은 아니었다. '여자는 여자의 의무가 있다'라는 편파적인 사고가 이 왕국에도 또렷이 박혀 있었다.

 검은 단순히 기본적인 교양을 위해 배우기 시작했지만 카틀리에는 검에 광적으로 집착했다. 공작가에 반대에도 끝까지 검을 놓지 않았던 카틀리에는 열정적이고 굳세며 어떤 싸움도 피하지 않았다. 그런 카틀리에가 아트라의 말을 그냥 넘길 리 없었다.

 파티장에 들어왔던 걸음세로 근위병에게 다가가 그 허리춤에 있던 칼을 뽑아든 카틀리에는 와인을 입에 갔다 댈 때 보다 자연스럽게 아트라에 목에 칼을 겨누웠다. 아트라도 어느새 칼을 쥐고 있었다. 근위병 이외 아무도 칼을 소지할 수 없는 이곳에서 저 칼이 어디서 났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국왕의 생일선물을 모아둔 곳에 칼이 꽂히지 않은 검집이 발견된 건 그 후다. 둘의 행동이 눈에 담기 힘들 만큼 빨랐고 자연스러웠기에 파티장의 귀족들은 그전과 같았다. 서로의 목을 겨눈 검에 핏방울이 맺히기 직전까지 왔지만, 파티장은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노래가 흘렸고 천천히 진행되었다. 단 한 순간의 움직임이었지만 아트라가 자신에게 가벼운 도발을 던질 실력은 된다는 걸 파악한 카틀리에는 목에 칼이 들어와 있음에도 자신도 모르게 잔혹한 미소가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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